
신호는 생각보다 일찍 옵니다. 12월, 봉투에 내 이름과 그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적힌 연하장이 우편함에 꽂힙니다. 가족 단톡방에서 누군가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올해 설에는 다들 어떻게 할 거냐고요. 마트 입구에는 명절 선물 세트가 쌓이기 시작하고, 그 가운데에는 어머니가 해마다 너무 많이 사 오시던 한과 세트도 있습니다. 가족이 돌아가시고 첫 명절은 달력의 그날보다 몇 주 먼저 시작되고, 대부분은 아무도 먼저 꺼내고 싶지 않은 작은 결정들의 모습으로 찾아옵니다.
이 글은 그 결정을 내려야 하는 가족을 위해 썼습니다. 명절을 어디서 보낼지, 연하장과 새해 인사에 이름을 어떻게 쓸지, 상 앞에서 무슨 말을 할지,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지, 그리고 그 사람을 가장 그리워하는 가족에게 쓰는 편지를 다룹니다. 뒤쪽에는 이런 명절을 앞둔 친구에게 건넬 문장과, 상중에 맞는 설날, 그리고 다른 문화권에서 상을 당한 뒤 처음 맞는 새해나 뗏(베트남의 설), 이드를 어떻게 보내는지도 담았습니다. 예시 속 가족은 모두 지어낸 사람들이니, 문장은 우리 집에 맞게 얼마든지 고쳐 쓰세요.
크리스마스에 온 가족이 모이는 집이라면 이 글의 ‘명절’을 크리스마스로 바꿔 읽으면 됩니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연인이나 친구와 보내는 날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성탄 예배를 드리고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집도 적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든 아래의 방법은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가족이 돌아가시고 첫 명절이 유난히 힘든 이유
누군가를 떠나보낸 첫해의 달력은 ‘처음’으로 가득합니다. 그 사람 없이 맞는 첫 생일, 그 사람 없이 처음 치르는 김장, 거실 벽시계가 멈췄는데 건전지를 갈아 끼우던 사람이 이제 없다는 걸 알게 되는 날. 첫 기일은 따로 다루었으니 1주기와 기일에 전할 말을 참고하세요. 명절이 다른 ‘처음’과 다른 까닭은, 해마다 똑같이 되풀이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음식, 같은 사람들, 해마다 같은 손이 맡아 온 같은 일. 그래서 그동안은 아무도 그 일을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올해는 누군가 그 하나하나를 다 생각해야 합니다. 떡국은 누가 끓일지. 연하장은 누가 쓸지. 아이들 세뱃돈 봉투는 누가 챙길지, 막내 이모에게 전화는 누가 드릴지. 질문마다 같은 빈자리를 가리킵니다.
명절 당일보다 그 전 몇 주가 더 힘들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영국의 호스피스 자선단체 마리 퀴리(Marie Curie)의 사별 지원 담당자는, 자신이 도와 온 사람들이 지나고 나서 대개 바로 그렇게 말한다고 씁니다. 연말이 벌써 무겁게 느껴진다고 해서 명절 당일까지 그만큼 무거우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가족을 잃고 맞는 첫 명절을 견디는 첫걸음은, 덜 해도 된다고 스스로 허락하는 것입니다. 연하장은 몇 장만 보내거나 아예 건너뛰고, 상은 간소하게, 모이는 집은 바꾸고, 명절 특선 영화 대신 동네 산책. 세상을 떠난 지 몇 주밖에 되지 않았다면 꼭 해야 할 일만 하고, 나머지는 다른 가족에게 맡기세요. 집안이나 종교에 따라 따로 지키는 애도 풍습도 있는데, 아래에서 소개합니다.
명절 전에 미리 정해 둘 세 가지
다음 세 가지는 명절 몇 주 전, 아직 함께 의논할 시간이 있을 때 정해 두면 좋습니다.
어디서. 늘 모이던 집에서 보내면 익숙한 것과 빈자리를 한꺼번에 마주하게 됩니다. 그 사람이 앉던 자리, 그 사람의 컵, 그 사람만의 전 부치는 방식. 다른 가족의 집에서 보내면 일이 나뉘고 공간이 달라집니다. 바닷가 펜션을 빌리거나 호텔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식으로 아예 떠나면, 모두가 해마다 하던 순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바로 그게 필요했다는 가족도 있고, 오후쯤 되면 집이 그리워지는 가족도 있습니다. 무엇을 고르든 ‘올해만’이라고 정하고, 가족에게도 그렇게 말해 두세요.
지킬 것, 올해는 쉴 것, 새로 해 볼 것. 종이 한 장을 꺼내 세 칸을 그리세요. 아래는 지어낸 한 가족이 채운 표입니다.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인 정호 씨를 봄에 떠나보내고 처음 맞는 설을 앞두고 썼습니다.
| 지킬 것 | 올해는 쉴 것 | 새로 해 볼 것 |
|---|---|---|
| 설 전날 고모 댁에서 다 같이 전 부치기 | 설 다음 날 스무 명이 모이던 친척 잔치 | 거실 대신 부엌 식탁에서 먹는 떡국. 좁은 방이 덜 허전합니다 |
| 손주들 세뱃돈 | 정호 씨가 해마다 판을 벌이던 윷놀이 | 후식 전에 한 사람씩 이야기 하나 |
| 점심 먹고 개천까지 걷던 산책 | 거실에 두 개 이어 붙이던 큰 상 | 점심 뒤에 정호 씨가 아끼던 옛 노래 음반 틀어 두기 |
| 12월 31일 밤 다 같이 제야의 종소리 듣기 | 해마다 친척들에게 돌리던 가족 소식 연하장 | 처음 내놓는 새 후식. 예전 맛과 비교할 일이 없게 |
그 종이는 내년 이맘때 찾을 수 있는 곳에 넣어 두세요. 그때는 칸이 달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을 이야기하는 순간을 둘지. 정해 둔 때에 누군가 그 사람 이야기를 소리 내어 꺼낼지, 그게 누구일지 정하세요. 되는대로 두면 대개 아무도 꺼내지 못하고, 다들 밥을 먹는 내내 말없이 그 사람만 생각합니다. 단 30초라도 미리 정해 둔 순간이 있으면, 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마음 놓고 그 사람을 이야기할 수 있고 그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도 생깁니다.
그리고 누가 다른 계획을 세우기 전에, 메시지 하나로 모두에게 알리세요. 이런 식으로요.
다들 잘 지내지? 아버지 안 계신 설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해 봤는데, 한번 들어 봐 줘. 안 맞으면 편하게 말해 주고. 이번 설은 우리 집에서 평소보다 단출하게 하고, 설 다음 날 친척들 모이는 건 올해는 쉬었으면 해. 떡국 먹고 후식 내기 전에 돌아가면서 아버지 이야기를 하나씩 했으면 좋겠어. 하기 싫은 사람은 안 해도 돼. 그리고 할아버지를 위해 우리가 할 일 하나는 아이들이 정하게 하자.
지혜가
마지막 줄은 일부러 넣었습니다. 영국의 아동 사별 지원 단체 윈스턴스 위시(Winston’s Wish)는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아이들에게 묻고, 계획을 정하기 전에 아이들에게도 의견을 낼 기회를 주라고 권합니다.
상중에 보내는 연하장과 새해 인사, 이름은 어떻게 쓸까
먼저 보낼지 말지부터 정하세요. 앞서 소개한 마리 퀴리의 사별 지원 담당자는, 자신이 겪어 온 바로는 슬픔에 잠긴 가족이 원하지 않는데도 카드를 보내 주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씁니다. 보내지 않기로 했다면 언니나 가까운 친구처럼 한 사람에게 부탁해 주변에 알려 달라고 하세요. 그래야 소식이 없는 것을 서운하게 오해하지 않습니다. 해가 바뀐 뒤 보내는 짧은 인사 한 통이 연하장 쉰 장의 몫을 할 수 있습니다.
보내기로 했다면, 가장 힘든 부분은 서명일 때가 많습니다. 남편이나 아내를 떠나보내고 맞는 첫 연말에는 서명하는 그 순간 상실이 종이 위에서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늘 두 사람이던 자리에 이름이 하나뿐입니다. 아래 표에 상황별로 서명하는 법과, 원한다면 덧붙일 한 줄을 정리했습니다.
| 상황 | 서명하는 법 | 덧붙일 말이 있다면 |
|---|---|---|
| 배우자를 잃고 혼자 쓸 때 | 내 이름만: “영숙 드림” | “그이가 해마다 보내 주신 카드를 참 반가워했어요. 그래서 올해는 제가 꼭 한 장 보내 드리고 싶었습니다.” |
| 부모를 잃은 가족이 함께 쓸 때 | 함께 사는 식구 모두: “민수, 지영, 서준, 하윤 드림” | “엄마 없이 맞는 첫 연말이에요. 저희는 서로 잘 챙기며 지내고 있어요.” |
| 다 큰 자녀가 부모님의 지인에게 쓸 때 | “김순례의 딸 은정, 아들 동욱 올림” | “어머니는 해마다 보내 주신 카드를 거실 장식장 위에 세워 두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꼭 소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
| 그 사람의 이름을 카드에 남기고 싶을 때 | “상훈 씨를 그리며, 영숙 드림” | 더 쓰지 않아도 됩니다. |
| 소식을 못 들었을 수도 있는 사람에게 | 평소처럼 내 이름 | 안에 끼워 넣는 쪽지: “혹시 소식을 못 들으셨을까 싶어 적습니다. 남편 상훈 씨가 6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동안 해마다 카드 보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 연말에 아무것도 보내지 못했을 때 | 1월에 내 이름으로 보내는 짧은 글이나 이메일, 문자 | “지난 연말에는 연하장을 챙기지 못했어요. 보내 주신 카드 고맙습니다. 한 장도 빠짐없이 다 읽었어요.” |
| 아직 두 사람 앞으로 카드가 왔을 때 | 내 이름으로 답장 | “카드 고맙습니다.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남편 상훈 씨가 6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이는 해마다 보내 주시는 소식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
| 직장 동료에게 | 평소처럼 내 이름 | “올해 제 일까지 나눠 맡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 큰 힘이 됐어요.” |

그 사람의 이름도 함께 써야 할까요? 가장 무난하고 다정한 방법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의 이름만 쓰는 것입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의 이름이 서명에 들어 있으면, 카드를 연 사람이 깜짝 놀라거나 자기가 소식을 놓친 건 아닌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내 이름에 ‘상훈 씨를 그리며’를 덧붙이면 그런 혼란 없이 그 사람을 카드에 남길 수 있습니다. 어린 손주가 자기 글씨로 ‘할아버지’를 써넣고 싶어 한다면 그렇게 하게 두세요. 그건 아이가 정할 일입니다.
명절 상 앞에서 건넬 말: 식사 전 한마디와 짧은 이야기
그 순간은 명절 전에 정해 두세요. 그래야 아무도 밥을 먹다 말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 말을 먼저 하고 나서 편하게 먹고 싶은 가족이라면 음식이 상에 오르기 전이 좋습니다. 자리가 좀 편안해진 뒤가 나은 가족이라면 식사를 마치고 후식을 내기 전이 좋습니다. 차례를 지내는 집이라면 차례를 마치고 둘러앉았을 때도 좋습니다. 아니면 초에 맞춰도 됩니다. 초에 불을 붙이면 누군가 말을 시작하는 식으로요.
말하는 사람이 꼭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거나 가장 가까웠던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고 싶고, 끝까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됩니다. 말을 잇지 못할 때 대신 마무리해 줄 사람도 한 명 정해 두세요. 열두 살 손주도 잘 해낼 수 있습니다. 떠난 사람을 기억하는 식사 전 한마디는, 잔을 드는 집이든 수저를 드는 집이든 30초면 충분합니다. 세 가지 예를 소개합니다.
30초 한마디.
먹기 전에 한마디만 할게요. 아버지 없이 맞는 첫 설이에요. 우리가 이 얘기를 안 하고 조용히 넘어가면 아버지가 엄청 싫어하셨을 거예요. 아버지가 계셨으면 아침 일곱 시부터 부엌을 들락거리면서, 갈비찜이 아직 멀었는데 거의 다 됐다고 큰소리치셨겠죠. 이 상에 아버지가 안 계셔서 많이 허전해요. 그래도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다행이에요. 아버지, 이 한 상은 아버지 생각하면서 먹을게요. 자, 다들 먹어요.
한 사람씩 이야기 하나, 1분짜리 여는 말.
후식 먹기 전에, 엄마가 좋아했을 걸 하나 해 보고 싶어요. 엄마는 이야기 하나 없이 밥상을 끝내는 법이 없었잖아요. 돌아가면서 엄마 이야기를 짧게 하나씩 해요. 웃긴 얘기도 좋고, 아주 사소한 것도 좋아요. 엄마가 했던 말, 엄마가 태워 먹은 음식, 외삼촌 결혼식 날 온 식구를 엉뚱한 예식장으로 데려갔던 일 같은 거요. 넘어가고 싶으면 ‘패스’라고 하면 돼요. 나중에 해도 되고, 안 해도 돼요. 제가 먼저 할게요. 기준을 확 낮춰 놓을 테니 부담 갖지 마세요. 제가 열 살 되던 해에 엄마가...
식사 기도를 하는 가정이라면. 늘 하던 대로, 가족이 아는 그 말로 기도하고, 끝에 내 문장 하나만 덧붙이세요. “그리고 해마다 이 상에 함께 앉으셨고 오늘 무척 그리운 아버지를 기억합니다.” 그런 다음 식사를 시작하세요. 기도 자체는 우리 가정의 전통에 맡기면 됩니다.
누군가 울면. 무언가를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다리세요. 휴지를 건네세요. “천천히 해요”나 “그래서 우리가 이걸 하는 거잖아요” 하고 말하고, 잠시 말이 끊겨도 그대로 두세요. 서둘러 화제를 바꾸지도, 상에 앉은 모두가 우는 사람만 쳐다보게 하지도 마세요.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면 이어 가거나, 다음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받게 하세요.
아이가 할 수 있는 한 줄. 아이에게 빈칸이 있는 문장 하나를 주고, 미리 한 번 함께 연습하세요. “나는 할아버지가 ... 해 줄 때가 제일 좋았어.” 빈칸에 무엇을 넣든 그걸로 충분합니다.
빈자리. 명절에 그 사람의 자리를 비워 두는 가족도 있습니다. 수저를 놓아 두거나, 그 사람이 앉던 자리에 초를 켜 두기도 합니다. 그 옆에 두 시간 동안 앉아 있기가 힘들어서 조용히 자리를 바꾸는 가족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괜찮고, 어느 쪽도 정해진 규칙은 아닙니다. 그 자리 옆에 앉게 될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명절 하루에 그 사람을 담는 작은 방법
명절에 떠난 사람을 기리는 방법 가운데 가족이 오래 기억하는 것은 장식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람이 하던 방식대로 하고, 그 사람 이야기를 소리 내어 하는 일입니다.
- 그 사람의 손맛을 내고, 누구 음식인지 말하세요. 할머니가 손으로 적어 둔 요리법 쪽지, 간장 얼룩이 진 바로 그 쪽지대로 할머니 잡채를 만들고, 요리하는 동안 쪽지를 잘 보이게 세워 두세요. 상에 올릴 때는 “이거 할머니 잡채야” 하고 말하세요.
- 그 사람의 음악을 틀어 두세요. 해마다 섣달그믐이면 틀던 트로트 음반, 차에서 늘 듣던 그 앨범. 의식처럼 만들기보다, 음식을 하는 동안 그냥 흘러나오게 두세요.
- 초 하나를 켜세요. 미리 정해 둔 순간에, 하고 싶은 사람이 켜면 됩니다. 한 문장과 함께여도, 아무 말 없이여도 됩니다.
- 이야기 병을 두세요. 현관 옆에 빈 유리병 하나와 쪽지 한 묶음을 두세요. 도착하는 사람마다 기억 하나를 적습니다.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 식사를 마치면 누군가 몇 장을 소리 내어 읽고, 나머지는 다른 날을 위해 간직합니다.
- 그 사람이 하던 나눔을 이어 가세요. 아버지가 명절마다 아파트 경비실에 선물 세트를 챙겨 드렸다면, 어머니가 연말마다 구세군 자선냄비에 지폐를 넣었다면, 올해도 그 사람의 이름으로 그렇게 하세요.
- 그 사람이 걷던 길을 걸으세요. 설날 오후 저수지까지 걷던 산책, 연말에 시내 불빛을 보러 가던 드라이브, 또는 가족이 그렇게 해 왔다면 산소나 봉안당에 들르는 일.

이 가운데 한두 가지면 충분합니다. 추모로 꽉 찬 하루는 추모가 하나도 없는 하루만큼 지칠 수 있습니다.
가족을 잃고 맞는 첫 명절, 아이와 함께 보내기
명절 전에 아이에게 계획을 알려 주세요. 무엇이 그대로이고 무엇이 달라지는지. 쉬운 말을 쓰세요. 마리 퀴리와 영국의 아동 복지 단체 바나도스(Barnardo’s)는 둘 다 ‘멀리 가셨다’, ‘잠드셨다’처럼 돌려 말하기보다 ‘돌아가셨다’, ‘죽었다’처럼 분명한 말을 쓰라고 권합니다. 예닐곱 살 아이에게는 이 정도로 짧게 말해도 됩니다.
할아버지가 3월에 돌아가셨어. 그래서 이번 설은 좀 다르게 느껴질 거야. 그래도 우리는 집에서 떡국을 먹을 거고, 너는 세뱃돈도 그대로 받을 거야. 그날 슬퍼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아. 할아버지 이야기는 하고 싶을 때 언제든 해도 되고, 웃고 즐거워해도 돼.
아이마다 그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고 싶은지 묻고, 한 가지를 고르게 하세요. 할아버지와 함께 만든 연을 다시 날리기, 노래 한 곡 고르기, 상에 올려 둘 그림 그리기, 할아버지에게 카드 쓰기.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 한다면,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편지 쓰기 안내에 아이에게 맞게 고쳐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평소의 일상은 할 수 있는 만큼 지켜 주세요. 바나도스는 어린아이에게는 늘 같은 생활 리듬을 지켜 주라고 권하는데, 명절에는 그것이 해마다 보던 특선 영화, 세배와 세뱃돈, 늘 같은 아침상을 뜻하기도 합니다. 다음에 무엇이 올지 아는 아이는 걱정을 하나 덜 수 있습니다.
아이 앞에서 울게 되더라도 괜찮습니다. 마리 퀴리가 가족에게 주는 조언도 그렇게 말합니다. 왜 우는지 알려 주고(“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우는 거야.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그다음에 다시 하던 일을 이어 가는 모습을 보여 주세요. 어른이 슬퍼하다가도 전 접시를 건네는 모습을 본 아이는, 슬픔과 명절이 한 상에 같이 앉을 수 있다는 걸 본 셈입니다.
그 사람을 가장 그리워하는 가족에게 쓰는 편지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유난히 더 많은 짐을 지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홀로 남은 어머니나 아버지, 간병을 도맡았던 형제, 마지막까지 날마다 곁을 지켰던 언니. 명절이면 모두가 그 사람을 지켜보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아무도 모르고, 그 사람이 받는 카드와 문자는 ‘힘내세요’를 마흔 가지쯤 조금씩 다르게 말합니다. 편지는 구체적인 말을 할 수 있고, 받는 사람은 지켜보는 사람 없이 혼자, 자기 속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런 편지에는 네 가지가 들어갑니다.
- 떠난 사람을 분명하게 언급하세요. 편지 앞부분에, 돌려 말하지 말고. 다른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는 이름일 때가 많습니다.
- 받는 사람도 함께 있는 기억 하나. 떠난 사람만의 기억이 아니라 받는 사람도 그 자리에 있던 기억을 고르세요. 그래야 편지가 두 사람 모두에 대한 이야기가 됩니다.
- 그 사람이 지고 있는 짐을 내가 보았다는 것. 그 사람이 떠맡은 일, 걸었던 전화, 아무도 고맙다고 하지 않은 작고 용감한 일들.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적으세요.
- 새해에 함께할 계획 하나. 몇 월에 어디서인지까지 정한 계획을 적으세요. 그래야 새해에 기다릴 무언가가 생깁니다.
다 큰 딸이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처음 맞는 설에 아버지에게 쓴 편지입니다.
아빠에게
엄마 없이 맞는 첫 설이에요. 다들 떡국 간 얘기만 하다가 아무도 엄마 이름을 꺼내지 않은 채 그날이 지나가는 건 싫었어요. 그래서 여기 적을게요. 이정숙. 우리 엄마. 저는 날마다 엄마가 보고 싶고, 아빠는 저보다 더 보고 싶으시다는 거 알아요.
제가 열두 살 때 설 기억나세요? 아침 열 시에 가스레인지가 고장 났잖아요. 엄마는 부엌 바닥에 주저앉아서 눈물이 나도록 웃었고, 아빠는 슬리퍼 바람으로 눈길을 헤치고 갈비찜 냄비를 옆집 순자 아주머니 댁으로 들고 가셨죠. 우리는 네 시에 밥을 먹었어요. 엄마는 그 뒤로 해마다 그 얘기를 했고, 아빠는 해마다 그날 눈이 엄마 기억보다 훨씬 많이 왔다고 하셨어요.
올해 아빠를 지켜봤어요. 조문 와 주신 분들께 한 분 한 분 전화를 돌리셨죠. 아흔 분 모두에게요. 제가 하지 않아도 되게 엄마 옷도 아빠가 정리하셨고, 제가 갖고 싶어 할 걸 아시고 초록색 코트는 따로 남겨 두셨어요. 아빠는 이 모든 걸 조용히 해내셨는데, 고맙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고마워요, 아빠.
설날에 괜찮은 척하지 않으셔도 돼요. 십 분쯤 바람 쐬고 싶으시면 베란다에 나가 계세요. 아무도 뭐라 안 할 거예요. 저는 더더욱이고요.
3월에 해가 좀 길어지면, 우리 둘이서만 기차 타고 강릉에 가요. 아빠랑 엄마가 봄마다 걷던 그 바닷길을 같이 걸어요. 기차 시간은 벌써 찾아 놨어요. 아빠가 좋다고만 하시면 바로 예매할게요.
사랑해요, 아빠.
수진 올림
세 번째 문단이 대부분의 사람이 빠뜨리는 부분입니다. 딸이 지켜본 아버지의 모습을 자세히 말해 주고, 그 일에 고맙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기차 시간까지 이미 찾아 두어서, 아버지에게 바라는 것은 ‘좋다’는 한마디뿐입니다.
형제자매끼리는 대개 짧을수록 좋습니다.
태호야,
아빠 없는 첫 설이네. 자꾸 그해 생각이 나. 섣달그믐에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해서 우리 둘이 밤새 버티다가 거실 바닥에서 잠들었고, 아침에 보니 아빠가 우리 눈썹에 밀가루를 발라 놓으셨던 그해. 올해 아빠 곁을 지킨 건 너였어. 내가 못 갈 때 주말마다 차 몰고 내려가 줬잖아. 나 다 봤어. 설 지나고 늘 가던 그 뒷산, 올해도 우리 둘이 가자. 눈이 와도.
누나가
종이도 이메일도 다 괜찮습니다. 종이 편지는 섣달그믐 밤 베개 위에 놓아둘 수 있고, 이메일은 지구 반대편에 사는 동생에게도 닿습니다. 올해 편지를 가장 쓰고 싶은 상대가 내 아이라면, 자녀에게 쓰는 연말 편지에 생후 아홉 달부터 서른네 살까지의 자녀에게 쓴 예시 편지 여섯 통이 있습니다.
상중에 맞는 첫 설날, 그리고 여러 문화의 애도 풍습
상을 당한 뒤 처음 맞는 명절을 보내는 방식은 문화마다 다릅니다. 아래는 많은 가족이 하는 일을 소개한 것이지 모든 가족이 따라야 하는 규칙이 아니며, 풍습은 집집마다 다르니 집안 어른께 여쭤보세요.
한국의 설날. 2027년 설날은 2월 7일입니다. 가족이 돌아가시고 첫 설을 맞는 집에서는 차례를 지낼지, 지낸다면 어떻게 지낼지가 먼저 이야기에 오르곤 하는데, 이는 집안마다 다릅니다. 평소처럼 지내는 집도 있고, 상차림을 간소하게 줄이는 집도 있고, 그해에는 지내지 않는 집도 있으며, 기독교 가정에서는 차례 대신 추도예배를 드리기도 합니다. 정해진 답은 없으니 집안 어른께 여쭤보고, 가족끼리 의논해 올해의 방식을 정하세요.
설 연휴에 산소나 봉안당을 찾는 가족도 많습니다. 처음 맞는 설에는 그 길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질 수 있으니 누가 함께 갈지 미리 정해 두세요. 차례나 성묘를 마치고 둘러앉아 떡국을 먹는 자리는, 앞에서 소개한 짧은 한마디를 건네기에 자연스러운 때가 되기도 합니다.
일본. 많은 가족이 11월이나 12월 초에 짧은 상중 엽서(喪中はがき)를 보내 지인들에게 연하장을 보내지 말아 달라고 알리고, 12월에 상을 당했다면 새해 기간이 끝난 1월 7일 무렵(지역에 따라 15일)부터 2월 4일 무렵 사이에 겨울 안부 엽서(寒中見舞い)를 대신 보내기도 합니다. 새해는 장식도 새해 인사도 없이 조용히 보내고 성묘를 다녀오는 집이 많으며, 풍습은 집안과 지역, 불교 종파에 따라 다릅니다.
중국의 춘절. 상을 당한 뒤 첫 춘절에는 붉은 춘련을 붙이지 않는 집이 많고 다른 색 종이를 쓰는 집도 있는데, 색과 그 풍습을 지키는 햇수는 지역마다 다릅니다. 2027년 춘절은 2월 6일입니다.
베트남의 뗏. 상중인 집은 새해 인사를 다니기보다 집에 머물고 이웃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으며, 새해 첫 손님으로 남의 집을 찾는 것을 삼가는 가족도 많습니다. 2027년 뗏은 2월 6일입니다.
정교회 가정. 러시아, 세르비아, 조지아 정교회는 1월 7일에, 그리스 정교회 대부분과 루마니아, 불가리아 정교회는 12월 25일에 성탄절을 지냅니다. 우크라이나는 2023년부터 공식 성탄절이 12월 25일이지만, 1월 7일을 지키는 정교회 가정도 있습니다. 사별 뒤 첫 40일을 조용히 보내는 가족이 많고, 새해가 그 안에 들면 새해 상도 조용히 차리기도 합니다. 독자 질문에 답하는 사제들은 대개 이것을 교회의 규칙이 아니라 집안의 풍습이라고 하니, 다니는 성당의 사제에게 여쭤보세요.
무슬림 가정의 첫 라마단과 이드. 2027년 라마단은 2월 8일 무렵 시작되고, 라마단을 마치는 축제 이드 알피트르는 사는 곳에 따라 3월 9일이나 10일 무렵입니다. 튀르키예 종교청(Diyanet) 달력은 3월 9일로 봅니다. 이드 알아드하는 5월 16일 무렵입니다. 이드 전날이나 이드 예배를 마친 뒤 묘소를 찾는 무슬림 가족이 많습니다. 꼭 정해진 날은 없으며, 이드가 그럴 때인지에 대해서는 학자와 가족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가족을 잃고 첫 명절을 맞는 사람에게 건넬 인사
올해 카드를 받는 쪽이 아니라 친구에게 글을 쓰는 쪽이라면, 슬픔 속에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명절 인사가 꼭 멋질 필요는 없습니다. 영국 호스피스 연합(Hospice UK)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언가 말하는 편이 낫다고 하고, 영국의 돌봄 자선단체 수 라이더(Sue Ryder)는 문구가 인쇄되지 않은 빈 카드, 구체적인 제안, 그리고 답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한마디를 권합니다. 떠난 사람을 직접 언급하고, ‘즐거운’이나 ‘복 많이’처럼 들뜬 인사는 아끼세요. 그 말만 덩그러니 오면 아프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날짜를 정한 제안을 하나 하세요.
제때 보내세요. 카드는 명절 전에 도착하게 하고, 문자는 며칠 지나서가 아니라 설 전날이나 설날 아침에 보내는 것이 가장 다정합니다.
- “힘든 시기에 위로를 전합니다” 대신 “이번 설, 민호 씨 생각이 많이 나. 네 생각도”라고 써 보세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신 “따뜻한 설 보내세요”나 “새해에는 마음 편한 날이 조금 더 많기를 바라요”라고 써 보세요.
-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 대신 “연휴 끝나고 수요일에 설 음식 좀 싸 들고 갈게. 10분만 있다 갈 수도 있고 오후 내내 있을 수도 있어. 네가 편한 대로 하자”라고 써 보세요.
- “네 마음이 어떨지 상상도 안 돼” 대신 “민호 씨가 명절마다 해 대던 그 썰렁한 아재 개그가 이번 주 내내 생각났어”라고 써 보세요.
대괄호 안에 내 이야기를 넣어 시작해 볼 수 있는 여섯 줄입니다.
- 배우자를 잃은 친구에게: “[이름] 없이 맞는 첫 설이네. 우리 집에서도 [그분]이 많이 그리울 거야. [날짜]에 [늘 가져가던 것] 들고 갈게.”
- 직장 동료에게: “가족분들과 함께 조용하고 평안한 설 보내시길 바랍니다. 회사 일은 준비되실 때까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고, 답장도 안 하셔도 됩니다.”
- 멀리 사는 친구에게: “올해는 네 옆에 있어 주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네. [날짜] [시간]에 전화할게. [이름] 이야기를 해도 되고, 아무 얘기나 해도 돼.”
- 이웃에게: “올겨울에는 [이름] 님이 [골목 눈을 쓸어 주시던] 모습을 못 보겠네요. [날짜]에 [음식] 한 접시 문 앞에 두고 갈게요. 나오지 않으셔도 돼요.”
- 형제자매에게: “점심때 네 옆자리 맡아 둬. 너무 힘들면 우리 둘이 설거지하면서 부엌에서 [엄마] 얘기하자. 언제든, 무슨 일이든 나 여기 있어.”
- 자녀를 잃은 어머니에게: “이번 설에 [아이 이름] 생각을 하고 있어. 네 생각도. 나는 아직도 [아이에 대한 작은 기억 하나]가 생각나. 그 이름이 듣고 싶을 때면 언제든 내가 [아이 이름]을 불러 줄게.”
쓰지 말아야 할 말. 어떤 식이든 ‘그래도’로 시작하는 위로는 빼세요(그래도 이제 아프지 않으시잖아, 그래도 오래 함께했잖아). ‘호상이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야’도 빼세요. 슬퍼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알려 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카드가 기분을 나아지게 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 사람도, 그 사람이 그리워하는 이도 잊히지 않았다는 것만 알려 주면 됩니다.
그날 밤 나눈 이야기를 간직하는 법
가족이 ‘한 사람씩 이야기 하나’를 해 본다면, 누군가는 다른 가족이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이야기를 꺼낼 것이고, 그 이야기는 간직할 만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한 사람이 휴대폰으로 녹음해도 괜찮은지 모두에게 소리 내어 묻고, 묻는 그 순간부터 녹음하세요. 누구든 빠지거나 자기 이야기는 빼 달라고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데 관한 규칙은 나라와 지역마다 다르니 내가 있는 곳의 규칙을 확인하세요. 실제 방법은 가족을 위해 내 목소리를 녹음하는 법에 있습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의 목소리가 남은 녹음이 오래된 음성 메시지 하나뿐이라면, 누군가 그 전화 회선을 해지하기 전에 그 음성 메시지를 저장하세요.
그날의 이야기는 나중에 편지가 될 수 있습니다. Goodbye App에서 쓰는 편지 한 통에는 글과 목소리 녹음 하나가 들어갑니다. 가장 아끼는 이야기 하나의 녹음을 고르거나 그날 밤 녹음을 다듬어 파일 하나로 만들고, 나머지 이야기는 편지 본문에 글로 옮겨 적으세요. 그런 다음 내년 설이나 기일에 가족에게 이메일로 가도록 예약해 두세요. 날짜와 시각은 내 기기의 시계를 기준으로 직접 정하고, 30년 뒤까지 고를 수 있습니다. 해외에 사는 가족이 있다면 그곳에서는 몇 시가 되는지 따져 보세요. 보내기 전까지는 비공개이고, 무료로 15개 언어, 웹과 Android에서 쓸 수 있습니다.
편지는 한 통에 한 번만 발송되니, 그다음 해 명절에는 그해를 위해 새로 쓴 편지가 한 통 더 있어야 합니다. ‘미접속 시 발송’은 따로 켜지 않으면 꺼져 있는 선택 기능인데, 켜 두면 3~45일 가운데 내가 정한 기간 동안 로그인하지 않았을 때 편지가 예약한 날보다 먼저 발송될 수 있습니다. 그날 밤 찍은 사진은 편지가 아니라 별도의 예약 게시물에 담고, 그 게시물은 내가 고른 사람들만 보게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이야기 가운데 몇몇은 상에 앉은 가장 나이 든 분들에게서 나올 텐데, 사람들로 북적이는 명절 상은 더 들려 달라고 청하기에 좋은 자리가 아닙니다. 부모님께 여쭤볼 질문은 다음 날, 단둘이, 산책길이나 부엌에서 나누는 대화를 위한 것입니다.
힘든 하루로 끝나지 않을 때
명절에 찾아오는 슬픔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연말 내내 기운이 없거나, 눈물이 나거나, 화가 나거나, 아무 느낌이 없는 것은 아주 많은 사람이 겪는 애도의 한 부분이고,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안내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옅어집니다.
가라앉은 기분이 2주 넘게 이어지거나 해 보고 있는 방법들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다니는 병원의 의사나 내가 사는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 같은 상담 기관에 이야기하세요. 걱정되는 사람이 상에 함께 앉은 다른 가족이라면, 조용한 때를 골라 부드럽게 그 마음을 전하고 같은 방법을 권해 보세요. 누군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명절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곧바로 긴급 구조 기관에 연락하세요. 가까운 곳에 어떤 도움이 있는지 모르겠다면, 다니는 병원의 의사나 세상을 떠난 사람을 돌봤던 병원 또는 호스피스가 알려 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어보지 않아도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상을 당한 첫해에도 명절을 지내도 될까요? 원한다면 그렇게 하세요. 늘 하던 대로 하는 것이 버팀목이 되어 모든 전통을 그대로 지키는 가족도 있고,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어딘가로 떠나는 가족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자연스러운 일이니, 올해만의 방식으로 정하세요.
상을 당한 해에 연하장이나 새해 인사를 보내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네. 상중인 집에서 연하장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 사람에게 부탁해 주변에 알리고, 원한다면 1월에 짧은 인사를 보내세요.
남편이나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연하장 서명은 어떻게 하나요? 내 이름만 쓰세요. 예를 들면 “영숙 드림”. 그 사람을 카드에 남기고 싶다면 그 사람 대신 서명하기보다 “상훈 씨를 그리며”처럼 내 이름에 그 사람의 이름을 덧붙이세요.
어머니를 여의고 첫 명절을 맞는 친구에게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고, 날짜를 정한 제안을 하나 하세요. “너희 어머니가 해 주시던 식혜가 이번 주 내내 생각났어. 너도 계속 마음에 걸렸고. 연휴 끝나고 첫 토요일에 같이 산책할래?” 그런 다음 답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세요.
카드에 그 사람의 사진을 넣어도 될까요? 인쇄한 카드라면, 마음이 내킬 때 넣어도 됩니다. 그 사람이 함께 있는, 좋은 날 찍은 가족사진이 그 사람 혼자 나온 사진보다 대개 더 부드럽게 다가옵니다. 혼자 나온 사진은 영정 사진처럼 보여, 밝은 카드 더미 속에서 받는 사람을 불시에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가족끼리 계획이 엇갈리면 어떻게 하나요? 한 사람씩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묻고, 그것들을 중심으로 하루를 짜세요. 올해만의 계획이라면 합의하기가 더 쉽고, 하루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오전은 이렇게, 저녁은 저렇게.
이듬해 명절이 더 힘들 때도 있나요?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첫해에는 주변 사람들이 신경 써 준 덕분에 충격이 덜했고, 이듬해에는 카드도 줄고 안부를 묻는 사람도 줄어 더 조용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듬해도 첫해만큼 세심하게 준비하세요.
가족을 잃고 처음 맞는 12월 31일 밤도 힘들까요? 사별을 겪은 많은 사람이 그렇다고 말합니다. 그날 저녁 계획을 미리 세우세요. 누구와 함께 있을지, 자정까지 깨어 있을지, 그리고 일찍 자리를 뜰 방법까지. 밤 열 시에 잠자리에 드는 것도 한 해를 맞는 아주 괜찮은 방법입니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어서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오늘 꼭 누군가에게 말해 주세요. findahelpline.com에서 거주 국가의 무료 비밀 상담전화를 찾을 수 있으며, 더 자세한 내용은 자살 및 자해에 관한 저희 페이지에 안내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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