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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읽는 데 20분

연말 편지: 자녀에게 쓰는 나이별 예시

자녀에게 연말 편지를 쓰는 법. 어린 자녀든 다 큰 자녀든 무엇을 담을지, 여섯 살부터 서른네 살까지 예시 편지 여섯 통, 카드에 쓸 짧은 문장까지 안내합니다.

글: Goodbye App 팀 · 2026년 9월 30일

장식 양말이 걸린 채 불이 타오르는 벽난로 옆에서 메모를 쓰는 회색 스웨터 차림의 사람
사진: cottonbro studio, Pexels

해마다 12월이면 아이들에게 줄 카드에 몇 마디를 적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해에는 거의 같은 말을 씁니다. 사랑한다는 한마디, 하트 하나, 그리고 이름. 그러다 어느 해, 이런 생각이 찾아옵니다. 아이들에게 연말 편지를 쓰고 싶다, 제대로 된 편지를 써서 카드에는 들어갈 자리가 없는 말을 하고 싶다. 이 글은 바로 그 편지를 위한 글입니다. 받는 사람이 누구든 괜찮습니다. 아직 누군가 소리 내어 읽어 줘야 하는 어린아이, 힘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십 대, 자기 가정을 꾸린 다 큰 아들이나 딸, 또는 손주.

이런 편지가 밟을 수 있는 네 단계, 쓰기 전에 답해 볼 질문들, 그리고 예시 편지 여섯 통을 소개합니다. 여섯 살 아이, 열다섯 살 아이, 30대 아들, 집을 멀리 떠나 있는 딸, 처음 연말을 맞는 아기, 그리고 손자에게 쓴 편지입니다. 편지 속 가족은 지어낸 사람들입니다. 세세한 내용은 내 편지에 들어갈 이야기가 얼마나 작고 구체적이어도 되는지 보여 주려고 넣었습니다. 끝에는 카드 한 장 쓸 시간밖에 없는 해를 위한 짧은 문장들과, 편지가 아이에게 닿는 방법을 덧붙였습니다.

연말에 자녀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

카드에는 한 줄이 담기고, 편지에는 한 해가 담깁니다. 카드로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편지로는 3월에 아이가 무엇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는지,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 가는지 눈여겨본 것, 그리고 아이가 너무 어려서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해 연말에 대해 내가 기억하는 것을 말할 수 있습니다.

12월은 이 일을 한결 쉽게 만들어 줍니다. 한 해가 거의 다 갔고, 우리는 대부분 그럴 생각이 없어도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편지는 그 돌아봄을 한 사람을 위해 종이에 옮겨 놓습니다. 다 큰 자녀라면 부모에게서 편지를 받아 본 지 몇 년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1920년부터 1943년까지 J.R.R. 톨킨은 산타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빌려 자녀들에게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려 넣었습니다. 해마다 12월이면 북극 우표가 붙은 편지가 아이들 앞으로 도착했고, 나중에는 네 아이 모두가 받게 되었습니다. 존, 마이클, 크리스토퍼, 프리실라입니다. 첫 편지는 큰아들 존에게 갔고, 이 편지들은 집안의 전통이 되었습니다. 편지들은 1976년 《The Father Christmas Letters》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지금은 《Letters from Father Christmas》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습니다. 한국어판은 《북극에서 온 편지》라는 제목으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톨킨은 산타 할아버지가 되어 편지를 썼고, 덜렁대는 북극곰과 일베레스(Ilbereth)라는 요정이 쓴 쪽지까지 곁들였습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편지는 그와 다른 종류입니다. 내 이름으로 쓰는 편지입니다. 그래도 톨킨의 편지는 편지가 해마다 오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보여 줍니다. 충분히 오래 이어지면, 편지는 그 집안이 걸어온 길을 적은 기록이 됩니다.

우리 집에서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 크리스마스든, 새해 첫날이든, 설날이든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어느 날에 건네든 편지의 모양은 같으니, 실제로 함께 둘러앉는 날에 맞춰 쓰세요. 결혼식이나 졸업식처럼 한 번뿐인 날을 위한 편지라면 자녀에게 쓰는 이정표 편지를 참고하세요.

자녀에게 쓰는 연말 편지, 무엇을 쓸까요

좋은 연말 편지는 대략 이런 순서로 네 단계를 밟습니다.

  1. 올해의 한 장면, 날짜와 함께. 실제로 있었던 한 순간을, 할 수 있다면 장소와 달까지 넣어 쓰세요. “올해 정말 열심히 했구나”가 아니라, 학교 가방을 어깨에 멘 채 소파에서 잠든 아이를 발견한 그날 저녁입니다.
  2. 자라는 것을 지켜본 성품 하나, 그리고 그것을 보여 준 순간. 그 성품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본 단 한 번의 순간을 들려주세요. 그 순간이 칭찬을 증거로 바꾸고, 증거는 손사래 치며 넘기기가 더 어렵습니다.
  3. 너무 어려서 기억하지 못하는 연말. 아이의 기억이 시작되기 전, 어느 해 연말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가 무엇을 했는지, 누가 안고 있었는지, 무엇이 엉망이 되었는지. 이것은 연말 편지에만 있는 단계입니다. 연말은 해마다 돌아와서 올해의 연말을 아이의 첫 연말과 이어 주기 때문입니다.
  4. 내년 계획 하나. 아이와 함께 하려는 일 하나를 장소나 달과 함께 적으세요. 6월의 호숫가, 드디어 가르쳐 줄 그 요리법 같은 것. 계획으로 끝나는 편지는 앞을 바라보며 끝나고, 계획은 내가 지킬 수 있는 약속입니다.

분량은 공백을 포함해 600~1,200자 정도를 목표로 하세요. 손으로 쓰면 편지지 한두 장, 소리 내어 읽으면 2~3분입니다. 어린아이에게는 더 짧게 쓰세요. 긴 편지가 끝나기 전에 아이의 집중력이 먼저 바닥나니까요. 다 큰 자녀에게는 더 길게 써도 됩니다. 혼자서, 아마 한 번 이상 읽을 테니까요.

선물 리본이 놓인 둥근 나무 탁자에서 카드 안쪽에 글을 적는 여성
사진: RDNE Stock project, Pexels

편지를 직접 건넬 수 있다면 손글씨는 수고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글씨가 기울어진 모양, 줄을 그어 지운 단어도 읽는 사람이 간직하는 것의 일부입니다. 편지가 먼 길을 가야 할 때, 손이 떨릴 때, 정해 둔 날에 보내고 싶을 때는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쓰는 편이 낫습니다. 어느 쪽이 더 진심인 것은 아닙니다. 화면으로 쓸 생각이라도 초고는 펜으로 써 보세요. 펜은 속도를 늦춰 주고, 이 일에는 느린 것이 좋습니다.

보내기 전에 빈방에서 혼자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작년 카드에 써도 됐을 문장이라면 지우세요.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라 소리 내어 말하기가 살짝 쑥스러운 문장은 남기세요. 아이가 편지를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 목소리로도 듣기를 바란다면, 가족을 위해 내 목소리를 녹음하는 법에서 집에서 간단하게 녹음하는 방법을 볼 수 있습니다.

편지를 쓰기 전에 답해 볼 질문

편지를 시작하기 전에, 아래 질문 가운데 서너 개를 골라 이면지에 답을 적어 보세요. 질문마다 어떤 예문도, 어떤 챗봇도 알 수 없는 것을 묻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나뿐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답 세 개가 얄팍한 답 열다섯 개보다 더 좋은 편지를 만듭니다.

올해. 무엇을, 언제 보았는지.

  • 올해 아이가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 내가 보고 있는 줄 아이가 몰랐던 때.
  • 나를 놀라게 한 아이의 행동, 그리고 왜 놀랐는지.
  • 올해 아이가 한 말 가운데, 내가 다른 사람에게 옮겨 전한 한마디.
  • 아이에게 가장 힘들었던 한 주, 그리고 그 한 주를 버티려고 아이가 한 일.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눈여겨본 것.

  • 내 어머니나 아버지와 꼭 닮은 아이의 행동.
  • 힘든 하루를 보내는 사람을 아이가 어떻게 대하는지.
  • 내가 가르친 적이 없는데도 아이가 소중히 여기는 것.
  • 같은 나이 때의 나보다 아이가 벌써 더 잘하는 것.

내 쪽의 이야기. 내가 아니면 아이가 알 수 없는 것.

  • 아이 나이였을 때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고, 무엇을 걱정했는지.
  • 아이가 태어난 날, 또는 아이가 우리 집에 온 날에 대해 나 말고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하나.
  • 할 수만 있다면 다시 살아 보고 싶은 연말, 그리고 그 연말을 그렇게 만든 것.
  • 내가 아이에게 잘못했던 일, 그리고 지금이라면 어떻게 할지.

내년. 계획하는 것, 그리고 바라는 것.

  • 아이가 해 보기를 바라는 것 하나.
  • 아이와 함께 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일 하나.
  • 내년에 무슨 일이 생기든 변하지 않을 내 마음.

문구 사이트나 챗봇에서 가져온 한 줄은 더없이 다정해도 아이에게는 흔한 말로 읽힐 수 있습니다. 아이는 내가 어떻게 말하는지 알고, 그 문장에는 나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예시: 어린 자녀에게 쓰는 편지

어린 자녀에게 쓰는 편지는 지금 소리 내어 읽어 주고, 나중을 위해 간직해 두려고 씁니다. 이 편지는 아빠가 여섯 살 딸에게 쓴 편지입니다.

사랑하는 서아에게

이 편지는 서아 이야기야. 지금은 아빠가 소파에서 읽어 주고 있지만, 언젠가는 서아가 혼자 읽게 되겠지.

서아는 여섯 살이야. 올해 이가 두 개 빠졌고, 요즘은 아빠를 웃기려고 빠진 자리로 혀를 쏙 내밀지. 강변 수영장 어린이 풀을 노란 튜브 없이 건너는 법도 배웠어. 한참 동안 가장자리에 서 있다가 출발했고, 반대편에 닿고 나서는 “하나도 안 무서웠어”라고 했는데, 입술이 새파랬어.

초등학교에 처음 간 날 아침, 너는 선생님께 이름을 말씀드리기도 전에 무릎에 붙인 반창고부터 보여 드렸어.

너는 잼 병에 애벌레를 넣고 아흐레 동안 키우면서 ‘박사님’이라고 불렀지. 화단 울타리에서 딴 잎을 먹이고, 저녁마다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줬어. 그러고는 뒷담 옆에 놓아주었지. 박사님이 가족을 보고 싶어 한다면서.

너는 아빠가 아는 누구보다도 공평한 걸 중요하게 생각해. 할머니가 마지막 남은 초코 케이크 한 조각을 자르셨을 때, 너는 네 자로 두 쪽을 재 보시라고 했고, 그러고는 큰 쪽을 도윤이에게 줬어. 지난번에는 네가 큰 쪽을 먹었다면서.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네가 갖고 싶어 하던 보라색 부츠를 받았으면 좋겠다. 할아버지가 동전 마술을 또 보여 주시면 좋겠고. 그리고 우리 같이 레몬 쿠키를 굽자. 너는 반죽을 집어 먹고, 아빠는 못 본 척할게.

아빠는 우리 집까지 올라가는 계단을 다 합친 것보다 서아를 더 사랑해. 계단은 쉰세 칸이야.

사랑하는 아빠가

추신. 이 마지막 부분은 나중에, 네가 다 컸을 때를 위해 쓴다. 너는 애벌레를 기억하지 못할 거야. 아빠는 누군가는 기억해 주었으면 했어.

그날 아이에게 소리 내어 읽어 주고, 아이가 중간에 끼어들게 두세요. 천천히 읽으면 2~3분 걸립니다. 그런 다음 편지를 안전한 곳에 두세요. 여섯 살 아이는 재미있게 듣고 금세 부츠로 관심을 돌릴 것입니다. 스무 살이 되면 이 편지를 무척 고마워할지도 모릅니다. 애벌레와 자로 잰 케이크를 기록한 것은 이 편지뿐이니까요.

예시: 십 대 자녀에게 쓰는 편지

힘든 한 해를 보낸 십 대 아들이나 딸에게 쓰는 연말 편지가 할 일은 하나입니다. 끝까지 읽히는 것입니다. 이 편지는 엄마가 열다섯 살 딸에게 쓴 편지입니다.

하은이에게

편지라니, 너 오글거린다고 질색할 거 알아. 그래도 일단 끝까지 읽어. 질색은 다 읽고 나서 해.

좋은 한 해가 아니었다는 거, 우리 둘 다 알지. 너는 2월에 전학을 했어. 수아랑은 사이가 멀어졌고, 누가 먼저 한 발 물러섰는지 엄마는 아직도 몰라. 그건 묻지 않는 게 맞다는 것도 이제는 배웠어. 어떤 주에는 집에 오자마자 곧장 네 방으로 들어갔고, 들리는 소리라고는 벽 너머 베이스 기타 소리뿐이었지. 올해 엄마는 똑같은 네 음을 정말 수도 없이 들었어.

그런데 너는 언덕길 빵집의 토요일 아르바이트도 혼자 구했고, 일이 정해지고 나서야 우리한테 말했지. 빵 냄새를 풍기며 집에 와서는 팔다 남은 빵 봉지를 아무 말 없이 식탁 위에 두고 가. 10월에 엄마가 독감에 걸렸을 때는 계란죽을 끓여서 손잡이 부러진 쟁반에 받쳐 방까지 가져다줬어. 너무 짰어. 엄마는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었어.

4월에 네가 수영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때, 엄마는 그냥 지쳐서 그런 거고 곧 괜찮아질 거라고 했지. 너는 지친 게 아니었어. 수영이 좋아서 하던 건 벌써 오래전 일이었고, 너는 그걸 엄마한테 말하려고 했는데, 엄마는 듣지 않았어. 네가 시합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아서. 미안해. 그만둔 건 잘한 일이었어.

올해는 조언 안 할게. 사방에서 충분히 들었을 테니까. 그냥 이것만 알아 줘. 닫힌 문 너머로도 엄마는 너를 보고 있고, 엄마 눈에 보이는 그 사람이 참 좋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쟁반은 이제 고쳐 놨어.

사랑해, 엄마가

이 편지에는 교훈이 한 군데도 없습니다. 힘든 한 해를 보낸 십 대는 주변의 모든 어른에게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말을 들어 왔고, 지시를 하나 더 얹는 편지는 그저 또 하나의 지시로 읽힙니다. 마음에 닿는 것은 인정입니다. 수영 이야기를, 몇 월이었는지까지 밝히며 변명 없이 꺼내는 것. 꾸밈없는 사과 한마디가 한 장 가득한 칭찬보다 큰일을 합니다. 마지막 줄은 앞에서 나온 쟁반 이야기로 매듭을 지어서, 편지가 가볍게 끝나게 해 줍니다.

예시: 다 큰 자녀에게 쓰는 연말 편지

다 큰 자녀에게 쓰는 편지는 시작하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예전에 편지를 쓰던 이유들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같은 틀은 다 큰 딸에게 쓰는 연말 편지에도, 아빠가 아들에게 쓰는 편지에도 그대로 통합니다. 여기 실은 것은 엄마가 아들에게 쓰는 편지로, 60대 어머니가 서른네 살 아들에게 썼습니다.

사랑하는 동현에게

밥상 앞에서는 끝내 못 할 말들이 있어. 아버지는 길 막히는 이야기를 꺼내실 테고, 너는 농담을 할 테고, 그 순간은 늘 그렇듯 지나가 버리겠지. 그래서 여기 종이에 적는다. 여기서는 아무도 말을 돌릴 수 없으니까.

너는 서른네 살이고 엄마는 예순네 살이야. 이번 주에 셈을 해 봤는데, 엄마는 이제 인생의 절반 넘게 너를 알고 지낸 셈이더라. 그런데도 너는 여전히 엄마가 가장 궁금한 사람이야.

사람들이 너 무슨 일 하냐고 물어. 대답해 주면 고개를 끄덕이고, 이야기는 다른 데로 넘어가. 엄마가 정말 들려주고 싶은 건 다른 이야기야. 아버지 귀가 어두워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너는 밥 먹을 때 아버지 왼쪽에 앉았지. 아버지가 다시 말해 달라고 하지 않아도 네 말을 들으실 수 있게. 아무도 시키지 않았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어. 엄마는 알아챘어. 너는 그런 사람이고, 엄마는 그게 어떤 직업보다 더 자랑스러워.

하준이를 대할 때도 그게 보여. 너는 무릎을 꿇고 하준이 눈높이에 맞춘 다음, 아무리 오래 걸려도 그 애가 말을 끝낼 때까지 기다려 주지. 긴 하루가 끝난 저녁에도.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는 가슴이 벅차서 터질 것 같아.

엄마는 아직도 네가 아홉 살이던 해 크리스마스를 생각해. 너는 몇 달 동안 용돈을 모아서 역 앞 시장에서 작은 유리 새를 사 줬지. 새해가 오기도 전에 네 동생이 꼬리를 부러뜨렸는데, 너는 식탁에 앉아 아주 천천히, 혼자서 그걸 다시 붙였어. 그 새는 지금 싱크대 위 창턱에 있어. 접착제 자국이 아직도 보여.

하나만 더. 이건 꼭 두 번 읽어 줘. 전화 더 자주 안 해도 돼. 더 자주 찾아오지 않아도 돼. 네가 오는 주말은 엄마의 한 달 중 가장 좋은 주말이야. 못 오면, 네 삶이 바쁠 만큼 꽉 차 있다는 게 기뻐. 우리는 너를 그러라고 키웠어.

지은이한테도 안부 전해 주고, 하준이한테는 다음에 오면 유리 새를 손에 들어 봐도 된다고 해 줘. 아주 조심하면.

새해 복 많이 받으렴, 사랑하는 우리 아들.

엄마가

이 편지를 받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하는 일이 아니라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칭찬하고, 다른 누구도 보지 못한 증거를 댑니다. 아들이 반쯤 잊은 크리스마스를 접착제 자국까지 고스란히 돌려줍니다. 그리고 꾸밈없는 말로 죄책감을 덜어 줍니다. 해야 할 전화도, 해야 할 방문도 없다고. 다 큰 자녀는 부모의 편지를 읽으며 끝에 나올 부탁을 기다릴지도 모릅니다. 끝까지 아무 부탁이 없으면, 한 번 더 읽을지도 모릅니다.

예시: 올해 멀리 떨어져 있는 자녀에게

아들이나 딸이 집에 오지 못하는 해도 있습니다. 해외 근무, 외국 유학, 한 달 월세만큼 비싼 비행기표 때문에. 이 편지는 아빠가 유학 중인 딸에게 쓴 연말 편지입니다.

보고 싶은 서연에게

네가 집에 없는 첫 연말이니까, 소식부터 전할게.

고양이는 여전히 네 침대에서 자고, 꼭 아빠가 너를 멀리 보내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빠를 쳐다본다. 아빠는 영상 통화 쓰는 법을 제대로 배웠으니, 이제 너는 아빠 귀만 보고 있을 일이 없을 거야. 아침마다 우리 동네 날씨보다 토론토 날씨를 먼저 본다. 엄마는 그래도 만둣국을 끓인대. 한 솥 가득. 네 몫은 우리가 먹을게.

공항에서 있었던 일은 사과해야겠다. 아빠가 네 여행 가방이 너무 크다고 농담을 했지. 다른 말은 도저히 안 나와서 그랬어. 그래서 너는 아빠가 장난치는 줄 알고 출국장으로 들어갔지. 장난이 아니었어. 줄 서 있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 울지 않으려고 버티던 거였어.

그러니 이제 제대로 말할게. 아빠는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집도 혼자 구하고, 은행 일도 혼자 처리하고, 전화로 들리는 네 목소리는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아는 사람 같아. 네가 전화할 때마다 아빠는 동네방네 자랑한다.

네가 여덟 살이던 해, 한 해의 마지막 날 밤 기억나니? 동네 불빛을 보려고 둘이서 철길 위 육교까지 걸어갔잖아. 너는 강가 고층 아파트에 불 켜진 창을 세어 보려고 했는데, 셀 때마다 숫자가 달랐지. 털장갑 낀 손은 난간에 올리고, 입김은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해마다 그날 밤이 되면 아빠는 거기 서 있던 너를 생각해.

이 편지를 읽을 때 네가 어디에 있든, 곁에 누군가 있고 따뜻한 먹을거리가 있으면 좋겠다. 여름 방학이면 집에 오지. 아빠는 달력에 그날을 빨간색으로 세 번이나 동그라미 쳐 놨는데, 엄마는 너무하대. 아빠 생각엔 아직 모자라.

온 마음을 담아, 아빠가

종이 편지를 부친다면 몇 주 일찍 부치세요. 연말이 다 지나서 도착한 편지는 뒤늦게 생각난 듯 읽힙니다. 그날 하루 뒤가 아니라 하루 전에 닿도록 하세요. 낯선 도시의 자취방에서 한 해의 마지막 날 밤에 읽는 편지는, 그 주에 처음으로 집처럼 느껴지는 무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아기의 첫 연말 편지, 다 자란 뒤에 열어 볼 편지

이 편지에는 북극에서 왔다는 서명이 없습니다. 내 이름으로, 아기의 첫해에 대해 쓰고, 아이가 다 자란 뒤에 열어 볼 편지입니다. 이 편지는 아빠가 생후 아홉 달 된 딸에게 썼습니다.

사랑하는 하린에게

너는 태어난 지 아홉 달이 됐고, 이번이 네가 처음 맞는 연말이야. 그런데 너는 거의 내내 잠만 잤어.

이는 네 개가 났는데, 전부 아랫니야. 네가 처음으로 거부한 음식은 당근이었어. 숟가락을 밀어내고 아빠를 쳐다보더니, 손바닥으로 입을 꾹 막았지. 지금도 그래.

이 집에서 너를 하린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네가 태어나기 전에 오빠가 너를 ‘콩이’라고 불렀는데, 그 태명이 그대로 굳어 버렸거든.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오빠를 용서할지 말지 네가 정하면 돼.

오늘 우리가 음식을 하는 동안 할아버지가 창가에서 너를 안고 계셨어. 너는 할아버지 얼굴에서 안경을 벗겨 내고 식탁에서 숟가락을 집어 들더니, 둘 다 끝까지 놓지 않았어. 그러다 안경을 꼭 쥔 채 잠들었지.

엄마는 네 손이 아빠 손을 닮았대. 아빠 생각엔 네가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은 엄마를 닮았어. 엄마가 책을 읽을 때 짓는 그 표정.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면 다 자라 있겠지. 그래도 이 연말을 너에게 주고 싶었어. 네가 너무 작아서 간직하지 못한 연말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적어 둔 그대로.

사랑하는 아빠가

절대 잊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것들을 적어 두세요. 첫 단어, 울음을 그치게 하던 노래. 그런 것이 가장 먼저 잊히곤 합니다. 연말 대신 생일에 열어 볼 편지라면 18세에 열어 볼 편지를 참고하세요. 이 편지를 신생아 팔찌, 첫 신발과 함께 상자에 넣어 간직하고 싶다면, 타임캡슐 편지 쓰는 법에서 오래가는 종이 타임캡슐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연말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손주에게 쓰는 연말 편지는 부모의 편지보다 짧고 가벼워도 됩니다. 한 해 전체를 담을 필요 없이, 함께 보낸 부분만 담으면 됩니다. 이 편지는 할머니가 열한 살 손자에게 쓴 편지입니다.

우리 준서에게

할아버지는 열한 살 사내아이한테 편지는 유난이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할머니가 열한 살이야말로 편지 받기 딱 좋은 나이라고, 그렇게 할 말이 많으면 당신도 따로 써 주라고 했지. 그랬더니 할아버지는 돋보기를 찾으러 가셨어. 돋보기는 머리 위에 얹혀 있었는데.

올해 너는 할머니보다 키가 커졌어. 8월에, 할머니가 안 보는 사이에 그렇게 됐지. 요즘은 할머니 머리에 팔을 턱 걸치더라. 할머니가 무슨 울타리 기둥이라도 되는 것처럼.

3월에는 할머니를 도와 자두나무를 심었지. 처음엔 구덩이를 너무 깊게 팠고, 그다음엔 너무 얕게 팠고, 유자차 한 잔이랑 과자 두 개를 먹고 나서야 딱 맞게 팠어. (할아버지는 그 나무가 당신 생각이었다고 하실 거야. 아니야.) 그리고 네가 말했지. “할머니, 자두 열리면 첫 번째 건 제 거예요.” 할머니는 그러자고 했어. 이제 글로 남겼으니 약속이다.

네 엄마도 열한 살이던 때가 있었어. 너만큼 고집이 셌고, 너만큼 다정했고, 밥상에 팔꿈치를 올리는 것도 똑같았어. 할머니는 네 엄마한테 그래도 괜찮다고 한 번도 말해 주지 않았어. 너한테는 말해 줄게.

설에 와서 며칠 자고 가렴. 작은방 이부자리도 다 챙겨 놨고, 너만 마시는 알갱이 든 오렌지 주스도 사 놨다.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우리 키다리 손자.

할머니가

손주에게 엄마나 아빠가 그 나이 때 어떤 아이였는지 들려주는 일은 할머니 할아버지만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비롯해 집안 이야기부터 아직 태어나지 않은 손주까지, 조부모가 종이에 남기고 싶은 모든 것은 손주에게 쓰는 편지에서 다룹니다.

자녀에게 보내는 연말 카드에 쓸 짧은 문장

카드 한 장 쓸 시간밖에 없는 해도 있습니다. 아래의 짧은 연말 인사 열두 개로 시작해 보세요. 어린 자녀, 십 대 자녀, 다 큰 자녀에게 각각 네 개씩입니다. 하나를 첫 줄로 쓰고, 나만 본 것을 하나 덧붙이세요. 대괄호 자리에 내 이야기를 넣으면 됩니다.

어린 자녀에게:

  • 올해 너는 [ ] 하는 법을 배웠지. 네가 그걸 해내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좋았어.
  • 올해 네가 한 말 중에 제일 웃겼던 건 “[ ]”였어. 만나는 사람마다 다 얘기했어.
  • 너는 왜 [ ]냐고 물었는데, 아직도 답을 모르겠어. 내년에 다시 물어봐 줘.
  • 네가 준 그림은 전부 냉장고에 붙여 놨어. 이제 붙일 자리가 없는데, 그래서 기뻐.

십 대 자녀에게:

  • 자주 말을 못 해서 이렇게 글로 남긴다. 있는 그대로의 네가 참 좋아.
  • 올해는 힘들었는데, 너는 멈추지 않았어. 그게 가장 잘 보였던 건 네가 [ ] 날이었어.
  • 지금 다 알아내지 않아도 돼. 네 나이 때는 나도 몰랐어.
  • 내년에 무슨 일이 있든, 우리 집 식탁에는 언제나 네 자리가 있어.

다 큰 아들이나 딸에게:

  • 네가 [ ] 그때 이야기를 아직도 사람들한테 해. 여전히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야.
  • 올해 드디어 [ ]. 네가 해 보라고 그렇게 말하던 그것. 네 말이 맞았어.
  • 네가 준 [ ], 아직도 그것만 써. 나를 그렇게 잘 알아줘서 고마워.
  • 올해를 떠올리면 [ ]부터 생각나. 너는 뭐가 떠오르는지 말해 줘.

한 줄은 시작일 뿐입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어떤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면, 그 아래에 그 순간을 적으세요. 그러면 편지의 절반은 쓴 셈이고, 진짜 선물은 그 편지입니다.

편지가 닿는 방법

편지를 전하는 방법은 세 가지이고, 가장 소박한 방법이 대개 가장 좋습니다. 전날 저녁이나 당일에 직접 건네고, 아이가 원하면 먼저 혼자 읽게 해 주세요. 떨어져 산다면 받는 사람 이름을 손으로 써서 우편으로 부치되, 일찍 부치세요. 아니면 예약 발송을 해 두세요. 멀리 있는 자녀에게, 몇 년 뒤의 연말을 위한 편지에, 한 해의 기억이 아직 생생할 때 오늘 밤 쓰고 싶은 편지에 잘 맞습니다.

소파에 앉아 편지를 읽는 아빠를 어린 딸이 뒤에서 끌어안고 있는 모습
사진: Gustavo Fring, Pexels

세 번째 방법을 위해 Goodbye App이 있습니다. 무료이고, 15개 언어를 지원하며, 웹과 Android에서 쓸 수 있고, 편지는 내가 정한 사람들에게 이메일로 전달됩니다. 편지가 발송될 날짜와 시각은 직접 고릅니다. 올해 연말로 정할 수도, 최대 30년 뒤의 연말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자녀가 다른 시간대에 산다면 시차를 감안하세요. 발송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편지를 볼 수 없습니다. 선택 기능인 ‘미접속 시 발송’을 켜 두면(기간은 3~45일 사이에서 정합니다), 그 기간 동안 계정에 아무 활동이 없을 때 편지가 그보다 일찍 발송될 수 있습니다.

편지에는 내가 쓴 글과 내 목소리 녹음 하나가 담깁니다. 사진을 보내고 싶다면 예약 게시물에 담으세요. 예약 게시물은 내가 고른 사람들에게만 공유할 수 있습니다. 아직 이메일 주소가 없는 어린 자녀라면, 편지를 다른 쪽 부모에게 보내고 첫 줄에 아이의 이름을 적으면 됩니다.

함께 맞지 못할지도 모를 연말을 위해 쓴다면

이 글을 읽는 부모 가운데에는 올해 연말보다 그 뒤에 올 연말들을 더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중병을 앓고 있어서, 그 연말들을 함께 맞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이것입니다. 해마다 한 통씩 쓰지 않아도 됩니다. 편지 한 통이면 충분합니다. 내가 아이에게서 보는 것, 내가 기억하는 것, 아이를 위해 바라는 것을 담은 연말 편지 한 통은 아이가 평생 읽고 또 읽을 수 있습니다.

더 쓸 기운이 있다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쓰고, 필요할 때는 언제든 멈추세요. 몇 통을 쓸지는 함께하지 못할지도 모를 해의 생일 편지에서 차근차근 다루고, 기운이 부족할 때 무엇부터 쓸지는 말기 진단 뒤에 쓰는 편지에서 다룹니다. 어느 글도 전부 다 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자녀에게 쓰는 연말 편지는 얼마나 길어야 하나요? 공백을 포함해 600~1,200자 정도입니다. 손으로 쓰면 편지지 한두 장, 소리 내어 읽으면 2~3분입니다. 어린 자녀에게는 더 짧게, 다 큰 자녀에게는 더 길게 쓰세요.

손으로 써야 할까요, 이메일로 보내야 할까요? 직접 손에 쥐여 줄 수 있다면 손으로 쓰세요. 편지지 자체가 선물의 일부가 됩니다. 멀리 있거나 정해 둔 날에 보내고 싶다면 이메일로 보내세요. 둘 다 해도 됩니다. 손으로 쓴 편지는 다음에 만날 때 건네려고 간직해 두고, 같은 글을 이메일로 보내는 것입니다.

사이가 가깝지 않은 다 큰 자녀에게는 무엇을 써야 하나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짧은 글을 쓰세요. 참된 추억 하나, 지금 그 아이에게서 존중하는 점 하나, 그리고 조건 없이 문은 열려 있다는 꾸밈없는 한 줄.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하는 지난 이야기는 빼세요. 아무 답도 바라지 않는 편지는 두려움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자녀가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면 그 뜻을 존중하세요. 편지는 그 부탁을 피해 가는 방법이 아닙니다.

아이들 모두에게 한 통을 쓸까요, 한 명씩 따로 쓸까요? 짧더라도 한 명씩 따로 쓰세요. 형제자매는 서로 견주어 보고, 맨 위에 자기 이름만 적힌 편지는 아이 하나하나에게 너를 따로 지켜보았다고 말해 줍니다. 길이는 비슷하게 맞추세요. 누구도 줄 수를 세지 않도록.

해마다 쓰는 연말 편지, 지금 시작하기엔 늦었을까요? 아닙니다. 아이가 몇 살이든 올해 시작하고, 첫 줄에 그렇게 밝히세요. “이게 첫 편지야. 앞으로 해마다 연말이면 한 통씩 쓸게.” 아이가 마흔 살일 때 시작한 전통도, 아이가 쉰 살이 될 무렵이면 어엿한 전통입니다.

몇 년 뒤의 연말로 편지를 예약할 수 있나요? 종이가 아니라 이메일로 보낸다면 가능합니다. 자녀가 오랫동안 쓸 것 같은 주소를 넣고, 몇 시 몇 분에 도착한다고 약속하지는 마세요. 이메일은 도착하는 데 저마다 시간이 걸립니다.

편지에 사진을 넣을 수 있나요? 종이 편지라면 됩니다. 인화한 사진을 봉투에 끼워 넣으세요. 이메일이라면 편지에는 내 글과 목소리만 담고, 사진은 ‘편지가 닿는 방법’에서 설명한 대로 따로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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