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나다 도모아키(Tomoaki Sunada)는 일본의 한 회사에서 40년 넘게 영업 일을 했습니다. 그의 입버릇은 段取り命(단도리 이노치), 곧 “계획이 전부다”였습니다. 그는 67세에 은퇴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받은 건강검진에서 위암이 발견되었는데, 이미 4기였습니다.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변호사가 아니라 노트 한 권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노트를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エンディングノート, 곧 엔딩노트입니다. 딸 마미(Mami)가 노트를 채워 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촬영했고, 그 영상은 2011년 다큐멘터리가 되어 해외에서 《Death of a Japanese Salesman》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습니다.
그의 엔딩노트는 제 역할을 해냈습니다. 잘 썼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가족이 같은 방에 있었고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트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노트가 어디에 있는지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지켜본 사람이 있는 엔딩노트는 거의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엔딩노트에 무엇을 담는지 살펴봅니다. 아직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부분도 함께 다룹니다. 내가 채운 노트가 과연 그 노트를 채우며 떠올린 사람에게 가 닿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엔딩노트란 무엇인가
엔딩노트는 나에 관한 정보와 바라는 것, 남기고 싶은 말을 다른 사람이 집어 들고 바로 읽을 수 있는 형태로 한 권에 담은 노트입니다. 정해진 양식도 없고 법적 효력도 없습니다. 일본의 유언장, 곧 遺言書(유이곤쇼)에는 엄격한 형식 요건이 있지만, 이 노트에는 아무 요건도 없습니다. 연필로 썼다가 내일 지워도 됩니다. 이 자유로움이 엔딩노트의 약점이자, 사람들이 실제로 노트를 쓰게 되는 이유입니다.
엔딩노트를 쓰는 일은 終活(슈카쓰)라는 더 넓은 개념에 속합니다.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활동을 뜻하는 말입니다. 구직 활동을 뜻하는 일상어 就活도 똑같이 슈카쓰로 읽기 때문에, 이 말은 일종의 말장난이기도 합니다. 잡지 《주간 아사히(Shūkan Asahi)》와 부편집장 사사키 히로토(Hiroto Sasaki)가 2009년 8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진 연재에서 이 말을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말이 널리 퍼진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2024년 일본의 사망자는 1,605,378명으로 역대 최다였고 4년 연속 증가했습니다. 반면 출생아는 686,173명이었습니다.
쓰기와 보여 주기 사이의 틈
가장 쓸모 있는 수치는 일본의 장례·묘지 기업 니치료쿠(Nichiryoku)가 낸 백서에 나옵니다. 이 회사는 2024년 8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이미 슈카쓰를 실천하고 있는 65세 이상 500명을 조사했습니다. 일반 대중이 아닙니다. 이미 마음먹고 준비하는 사람들입니다. 아래 수치는 모두 500명 전체에 대한 비율입니다.
- 엔딩노트를 쓴 사람: 42%.
- 누군가에게 보여 주거나 함께 이야기를 나눈 사람: 21%.
- 유언장을 만든 사람: 20%.
- 유언장이 있는 곳을 가족에게 알린 사람: 17%.
- 임종기 의료에 관한 희망 사항을 글로 적어 둔 사람: 30%.
- 그 희망 사항을 가족과 소리 내어 이야기한 사람: 55%.
처음 두 줄을 함께 읽어 보세요. 둘 다 응답자 전체를 기준으로 한 수치이므로, 노트를 쓴 42% 가운데 대략 절반은 그 노트를 누구에게도 보여 준 적이 없는 셈입니다. 의료 항목에서도 같은 식으로 사람이 빠져나갑니다. 희망 사항을 글로 적는 사람보다 말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말하는 사람이 쓰는 사람보다 많고, 쓰는 사람이 보여 주는 사람보다 많아서, 단계를 거칠 때마다 사람이 줄어듭니다.
다르게 움직이는 항목이 하나 있습니다. 74%가 중요 서류를 어디에 보관하는지 가족에게 알렸습니다. 4명 중 3명은 보험 증서를 어디에 두었는지 말하지만, 장례 희망 사항과 고양이에 관한 내용, 남기고 싶은 말이 담긴 노트를 언급하는 사람은 5명 중 1명입니다. 보험 증권이 어디 있는지 말하는 것은 사무적인 일입니다. 엔딩노트를 누군가에게 보여 주는 일은 내가 곁에 없을 날에 관한 대화를 여는 일입니다.
엔딩노트에 담을 내용
시중에서 파는 노트든 일본의 시청에서 무료로 나눠 주는 노트든, 담는 내용은 거의 같습니다. 아래 11가지 항목은 주요 노트들이 쓰는 목록을 하나로 맞춘 것입니다. 순서대로 채울 의무는 없고, 빈칸이 있는 것도 흔한 일입니다.
- 1. 나에 대하여. 이름과 그 읽는 법, 생년월일, 주소, 연락할 사람.
- 2. 의료 기본 정보. 혈액형, 알레르기, 복용하는 약, 앓고 있는 질환, 담당 의사 전화번호.
- 3. 돈이 있는 곳. 은행, 증권사, 보험사, 부동산, 연금, 채무. 금액이 아니라 어디에 있는지를 적습니다.
- 4. 돌봄과 치료. 연명 치료, 돌봄을 받고 싶은 곳, 진단 결과를 본인에게 알려 주기를 바라는지.
- 5. 장례와 매장. 규모, 부를 사람, 영정 사진, 묘. 이 항목은 따로 안내 글이 있습니다: 장례 희망 사항 적어 두기.
- 6. 유언장이 있는지. 있는지 없는지, 어디에 있는지, 누가 도왔는지.
- 7. 서류 정리와 해지. 구독 서비스, 카드, 공과금. 영어권에서 이와 비슷한 것으로는 ‘내가 떠나면’ 파일이 있습니다.
- 8. 반려동물. 누가 맡을지, 수의사, 먹이, 그동안의 이력.
- 9. 가족과 친구에게 전하는 말. 몇 번이고 다시 읽히는 페이지입니다. 첫 줄이 가장 어렵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기는 편지 쓰는 법부터 읽어 보세요.
- 10. 디지털 유산. 기기 잠금 비밀번호, 사용 중인 계정, 지울 것과 남겨 둘 것. 같은 조사에서 이런 목록을 만들어 둔 사람은 38%뿐이었습니다. 정리하는 방법: 디지털 유산 정리.
- 11. 나의 삶, 그리고 아직 못다 한 일. 짧은 자서전, 언젠가 가 보려던 곳.
엔딩노트는 유언장이 아닙니다
엔딩노트에는 법적 효력이 없고, 노트에 누가 무엇을 받을지 적어 두어도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노트들은 첫 페이지에 이 경고를 인쇄해 둡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를 인쇄해 둔 노트는 하나도 없습니다. 정작 위험한 쪽은 바로 이 반대쪽입니다.
일본 민법 제968조는 손으로 쓰는 유언장에 대해 정하고 있습니다. 작성자가 전문과 날짜, 이름을 모두 직접 손으로 쓰고 도장을 찍어야 합니다. 꼼꼼한 사람이 노트의 재산 페이지를 손으로 쓰고, 날짜를 적고, 서명하고, 도장까지 찍었다면, 유언장으로 쓸 생각이 전혀 없던 노트 안에 유효한 유언장을 만들어 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요건을 아슬아슬하게 못 갖춘 경우는 더 곤란합니다. 도장이 없습니다. 날짜를 실제 날짜 대신 ‘길일’처럼 적었습니다. 인쇄된 제목 주위에 손글씨를 채워 넣어서, 전문이 모두 작성자의 손글씨는 아닙니다. 이런 페이지는 슬픔에 잠긴 가족이 무엇인지 가려내야 하는 짐이 됩니다. 유언장은 노트와 다른 종이에 따로 쓰세요.
일본은 그 중간의 선택지도 만들었습니다. 2020년 7월 10일부터 법무국이 3,900엔을 받고 손으로 쓴 유언장을 보관해 줍니다. 원본은 국가가 보관하고, 가정법원에서 유언장을 확인받는 절차(검인)도 필요 없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필요한 내용이라면 이 제도나 공증인을 이용하세요.
보관의 역설
답이 들어 있지 않은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엔딩노트는 내가 세상을 떠나고 몇 시간 안에 딸이 찾아내지 못하면 쓸모가 없고, 그 전 30년 동안은 아무도 찾아내지 못해야 위험하지 않습니다. 계정 이름이 적혀 있고 PIN이 어디 있는지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집 안의 어느 방이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할까요?
흔한 조언은 서로 깔끔하게 모순됩니다. 거실 서랍에 두라고 합니다. 아니, 금고에 두라고 합니다. 아니, 은행 대여금고에는 절대 두지 말라고 합니다. 이유가 붙어 있는 조언은 마지막 것뿐입니다. 일본에서는 사망 후 대여금고를 열려면 대개 상속인 모두가 동의하고 직접 나와야 해서, 연락이 닿지 않는 친척이 한 명만 있어도 몇 달 동안 열 수 없습니다.
나머지 조언을 줄이면 ‘안전하면서 가족이 꺼낼 수 있는 곳’이 됩니다. 안전하다는 것은 가족 말고는 아무도 손댈 수 없다는 뜻입니다. 꺼낼 수 있다는 것은 잠겨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비밀번호도 같은 구조입니다. 흔한 조언은 쓰는 서비스와 비밀번호를 적어 두라고 한 다음, 노트는 금고가 아니어서 여는 사람이 모든 것을 손에 넣게 된다고 인정합니다. 절충안으로 나오는 힌트나 가족끼리 정한 암호는, 그날이 와도 여전히 풀 수 있으리라고 가정합니다. PIN이나 비밀번호는 적지 마세요. 그 기록을 어디에 보관하는지를 적으세요.
노트가 가족에게 전해지게 하는 법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정부가 실제로 있었지만, 그 해답은 유언장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앞에서 말한 법무국 제도에는 두 가지 통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통지는 상속인들 사이에서 오갑니다. 상속인 중 누구라도 보관된 유언장을 열람하겠다고 신청하면, 나머지 상속인에게도 알려 줍니다. 두 번째 통지는 저절로 작동합니다. 유언장을 맡긴 사람이 알릴 사람을 미리 지정해 두면, 법무국이 호적으로 사망을 확인했을 때 그 사람들에게 유언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2023년 10월 2일부터는 지정하는 사람이 상속인이 아니어도 되고, 최대 3명까지 지정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국가는 그냥 두면 아무도 읽지 않은 채 남았을 문서를 위해 집배원을 마련했지만, 엔딩노트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장례 희망 사항과 고양이에 관한 내용, 끝으로 꼭 전하고 싶었던 말을 실제로 담고 있는 것은 엔딩노트인데도 말입니다.
두 가지만 해도 이 틈은 대부분 메워집니다. 한 사람을 정해서, 그 사람에게 직접 소리 내어 말해 두세요.
내 노트는 침실 서랍장 맨 위 칸에 있어. 무슨 일이 생기면 네가 제일 먼저 열어 봐.
이 한마디가 노트를 보여 준 절반과 끝내 보여 주지 않을 절반을 가릅니다. 그다음에는 첫 페이지에 누가 이 노트를 읽어야 하는지 적어 두세요.
알릴 가족이 없다면 사후 사무 위임 계약을 알아보세요. 장례와 그에 따른 서류 처리를 제3자에게 맡기는 일본의 방식입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이런 계약을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변호사에게 물어보세요.
노트에 담을 수 없는 것
가족이 닳도록 보고 또 보는 것은 손글씨가 아닙니다. 아무도 미처 지우지 못한 음성 메시지를 닳도록 듣고 또 듣습니다.
전달까지 해 주는 곳이 한 회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Mitsubishi UFJ Trust의 무료 앱 Wagaya Note도 음성을 지원하고, 항목마다 누가 언제 볼 수 있는지 정할 수 있습니다. 어떤 양식으로도 옮겨 담을 수 없는 것은 한 사람만의 소리입니다. 전화를 받으며 어머니가 “여보세요”에 싣는 두 음, 손주 이름을 부르는 것이 여전히 즐거워서 아버지가 그 이름 앞에 두는 반 초의 틈 같은 것 말입니다. 종이에는 그중 아무것도 담기지 않지만, 30초짜리 녹음에는 그 모든 것이 담깁니다.
어디에 앉을지, 얼마나 오래 말할지, 무슨 말을 할지, 내 목소리를 도저히 못 듣겠다면 어떻게 할지. 이 모든 내용은 가족을 위해 목소리 녹음하기에서 다룹니다.
서랍에 넣어 두지 않는 방식
보관의 역설은 종이 위에서는 풀리지 않습니다. 찾을 수 있는 곳은 결국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이 모순이 사라지려면, 그것이 필요한 날이 오기 전까지는 집 안에 놓인 물건이 아니어야 합니다.
Goodbye App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내 목소리로 녹음할 수도 있습니다. 편지의 항목은 엔딩노트의 목차와 닮았습니다. 연락처, 반려동물, 장례 준비, 삶의 마지막 시기에 바라는 것, 재산, 중요 서류 보관 위치, 기기 비밀번호, 그리고 음성 녹음입니다. 누가 언제 받을지는 직접 정합니다. 최대 30년 뒤까지의 날짜를 고르거나 내가 세상을 떠난 뒤로 정할 수 있고, 내가 정한 기간 동안 로그인하지 않으면 발송되도록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까지 편지는 비공개로 보관되므로, 서랍에서 누가 찾아낼 일도 없고 이사하다 잃어버릴 일도 없습니다.
한계도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Goodbye App은 유언장이 아니며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서류 자체를 보관하지는 않고, 서류가 어디에 있는지를 기록합니다. 기기 비밀번호 항목이 있지만, 저희의 조언도 앞에서 말한 조언과 같습니다. 비밀번호 자체가 아니라 비밀번호 기록을 보관한 곳을 적으세요. Goodbye App은 무료이며, 웹과 Android에서 쓸 수 있고, 15개 언어를 지원합니다.
엔딩노트 구하는 곳
일본에서는 굳이 살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많은 지자체가 직접 노트를 만들어 무료로 나눠 줍니다. 도쿄의 고마에시(Komae)는 지역 비영리 단체와 함께 노트를 만들어 대략 65세 이상 주민에게 나눠 줍니다. 비슷하게 하는 지역이 많으니, 어느 가게에 가는 것보다 지역 돌봄 센터에 전화 한 통 거는 편이 낫습니다. 문구 제품으로는 고쿠요(Kokuyo)의 Moshimo no Toki ni Yakudatsu Nōto(만일의 때에 도움이 되는 노트, 품번 LES-E101)가 기본입니다. 앱으로는 Wagaya Note나 Goose가 있습니다.
일본 밖에서는 같은 책이 삶의 마무리 플래너(end of life planner)나 ‘내가 떠난 뒤’ 워크북(when I am gone workbook) 같은 이름으로 팔립니다. 이름이 붙은 전국 공통 양식이 아니라, 제품마다 따로따로 나옵니다. 어느 것을 써도 되고, 줄이 그어진 노트에 위의 11가지 항목을 적어 써도 됩니다.
제품 소개 페이지에는 나오지 않는 주의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앱은 서비스가 종료되면 적어 둔 내용도 함께 사라지고, 종이는 만든 회사보다 오래 남지만 아무도 찾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둘 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실패합니다. 그러니 무엇을 고르든, 노트가 어디에 있는지와 누가 읽어야 하는지를 적은 종이 한 장을 만들어 가족 눈에 띄는 곳에 두세요. 가장 돈이 적게 드는 보험입니다.
시작하기 좋은 때와 부모님께 권하는 법
니치료쿠 퀴즈에서 정답률이 가장 낮았던 문제는 시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재산 정리는 언제 시작해야 할까요?” 모범 답안은 아직 일하고 있을 50세였습니다. 이 답을 고른 사람은 2%였습니다. 나머지 98%는 은퇴 무렵인 60세를 골랐는데, 이들은 이미 슈카쓰를 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시작하는 것이 너무 이르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중간에 멈추는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첫 줄부터 내가 세상을 떠난 뒤를 생각하게 하는데, 그 뒤로도 항목이 10개나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해결책은 순서를 버리는 것입니다. 5분 안에 답할 수 있는 것부터 채우고, 빈칸은 그대로 두고, 연필로 쓰고, 노트를 덮으세요. 얼마든지 고쳐 쓸 수 있다는 점은 이 노트가 유언장보다 나은 단 하나의 장점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채우겠다고 나선 사람일수록 중간에 멈춥니다.
부모님이 엔딩노트를 쓰시기를 바란다면, 대놓고 부탁해서는 잘 통하지 않습니다. 부모님께는 자신이 돌아가실 것을 전제로 한 부탁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계기가 되는 일이 문을 열어 줍니다. 친척의 장례식에서 돌아오는 차 안, 입원 전후의 한 주 같은 때입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가 먼저 하는 것입니다. 내 노트를 쓰고, 반쯤 채운 채로 부모님께 보여 드리고, 부탁을 함께하는 일로 바꿔 주는 질문을 건네세요.
저는 여기까지 썼어요. 직접 쓰신다면 어떤 내용이 들어갈까요?
자주 묻는 질문
엔딩노트에 법적 효력이 있나요? 없습니다. 노트에 누가 무엇을 상속받을지 적어도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예외는 반대 방향으로 생깁니다. 일본에서는 전부 손으로 쓰고 날짜와 서명, 도장까지 갖춘 대목이 손으로 쓴 유언장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애매한 페이지는 아예 없는 편보다 더 나쁩니다. 법적 구속력이 필요한 내용은 정식 유언장에 담고, 형식 요건은 곳마다 다르니 내가 사는 곳의 규정을 확인하고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어디에 보관해야 하나요? 완벽한 곳은 없습니다. 가족이 한 시간 안에 꺼낼 수 있는 곳이라면 낯선 사람도 꺼낼 수 있습니다. 절충안은 가족이 알고 있는 서랍에 두되, PIN이나 비밀번호는 적지 않고 그것을 기록해 둔 곳만 메모해 두는 것입니다. 은행 대여금고는 피하세요. 일본에서는 사망 후 대여금고를 열려면 대개 상속인 전원이 필요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대여금고를 봉인하는 경우가 있으니 내가 사는 나라는 어떤지 확인하세요.
몇 살에 시작하면 좋을까요? 대부분은 50대라고 답하지만, 나이보다 계기가 더 중요합니다. 입원, 이사, 부모님께 돌봄이 필요해졌을 때, 자녀가 독립할 때, 다른 도시로 발령이 났을 때 같은 순간입니다. 이런 때에 한 번 써 두면, 그 뒤로는 해마다 한 번 훑어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40대도 이르지 않습니다. 아직 정리할 건강과 판단력이 있을 때 재산을 정리해 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밀번호와 PIN을 노트에 적어도 되나요? 적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노트는 금고가 아니어서, 여는 사람이 모든 것을 손에 넣게 됩니다. 대신 다른 세 가지를 적으세요. 가입한 서비스, 비밀번호 기록을 보관한 곳, 그리고 아무도 내 휴대폰 잠금을 풀지 못하면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입니다. 대개는 사진, 연락처, 그리고 아무도 해지할 수 없는 구독 서비스입니다.
유언장이 있어도 엔딩노트가 필요한가요? 필요합니다. 유언장은 재산을 옮기는 문서라서 그 밖의 내용을 담을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누구에게 전화할지, 장례는 어떤 식으로 치를지, 고양이는 누가 맡을지, 인공호흡기는 어떻게 할지. 가족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들이지만, 유언장에는 가장 담기지 않는 것들입니다.
쓴 내용을 가족에게 어떻게 알려야 하나요? 가족에게 읽어 줄 필요는 없습니다. 세 가지만 알리면 충분합니다. 노트가 있다는 것, 어디에 있는지, 누가 가장 먼저 열어야 하는지입니다. 식탁에서 1분이면 되는 일인데, 노트를 쓴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아직 그 1분을 쓰지 않았습니다.
엔딩노트의 가치는 다 채운 순간이 아니라 펼쳐지는 순간에 드러납니다. 빈칸을 채우는 일은 일본이 15년 동안 공들여 잘하게 된 부분입니다. 알맞은 날, 알맞은 사람의 손에 노트를 건네는 일은 아직 아무도 잘하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오늘 한 줄을 쓰고, 한 사람에게 노트가 어디 있는지 알려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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